
권오성 대한스포츠용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사진=대한스포츠용구공업협동조합 제공
‘고시낭인'(高試浪人)이란 말이 있다. 수년간 암자에서 공직자에 선발될 때까지 시험에 파고드는 것을 뜻한다. ‘동계올림픽 낭인’이었던 한국이 2011년 7월 3수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소식을 들을 때만큼 드라마틱한 순간이 있었을까. 당시 내수 침체에 빠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를 1년여 앞둔 지금, 평창올림픽은 외국 스포츠기업들의 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자국 기업 지원은 고려하지 않은 채 후원금액에 따라 후원기업을 결정한 탓이다. 대회 인프라와 체육시설 등 수익 사업 대부분은 외국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갔고, 후원계약을 위해 사활을 걸었던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계약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했다.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법령에 의거해 보호받는 전광스코어판 사업의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에 기술력을 선보인 한국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원금 규모 위주로 외국 기업을 후원사로 선정했고 한국 스포츠산업계의 공분을 샀다.
한국 중소 스포츠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후원계약 체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조직위가 후원업체 참가자격을 단독업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논의 없이 기존 규정만 강조되는 동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스포츠기업들의 기술력은 고려되지 않았다.
심지어 후원계약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한국 기업들에 후원 제품 종류와 수량 등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외국 기업을 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후원계약 입찰에 형식상 참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각국의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는 자국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함께 성장해왔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가 전무했던 중국도 자국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바탕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361도’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키워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치르고도 스포츠브랜드를 발굴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는 실패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미국의 나이키가 급부상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의 361도가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국내 공식파트너 스포츠기업은 미국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유통하는 영원아웃도어가 유일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내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평창올림픽 활용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씨 등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평창올림픽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향후 국내 개최가 확정된 굵직한 국제 대회는 없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산업계가 전력을 다해야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한국 스포츠기업들에 올림픽 개최국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면, 한국 스포츠산업 성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도움이 된다. 평창올림픽을 기다리며 기술 역량을 쌓아온 한국 스포츠산업계에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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